도넛 좋아하시나요?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도 도넛은 꽤 좋아하는 편인데요, ‘크리스피 크림’처럼 폭신하고 달콤한 서양식 도넛도 좋아하지만 쫀득하고 담백한 한국식 찹쌀 도넛도 정말 좋아한답니다. 경북 영주에 있는 할머니 댁에 방문할 때면 근처의 인삼 찹쌀 도넛 가게에 들러 꼭 한 박스씩 사서 먹곤 했던 기억도 나네요.
사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인 중에 찹쌀 도넛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바삭바삭한 도넛을 한 입 베어 물면 고소한 기름이 쫙 배어 나오고, 이어서 말캉쫀득한 반죽과 팥소의 담백한 달콤함까지. 정말 완벽한 디저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완벽한 찹쌀 도넛이 고려 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것이라면 믿으시겠나요? 이번 시간에는 고려 시대부터 전해져 오는 찹쌀 도넛인 “개성주악”에 대한 이야기와 레시피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주악이란?
개성주악을 알기 전에 먼저 주악에 관해서 알아보아야 할 것 같네요.
주악은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소를 넣고 송편처럼 만들어 기름에 지진 떡입니다. (주악,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옛 문헌에는 조악전, 혹은 조각병이라 기록되었는데,
조악전은 백미가루를 설탕물로 반죽하여 설탕소를 넣어 기름에 지진 것 -『수문사설謏聞事說』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얇은 껍질을 만들고 팥가루에 꿀을 넣고 볶아서 소로 하여 싸서 기름에 튀긴다. 송편은 양쪽이 좁고 중앙이 볼록하기 때문에 조각이라 한다. ...... 가장 귀한 손님의 접대나 제수에 반드시 올린다. 떡 중에서 으뜸이다.”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라고 하여 주악을 고급 떡류로 취급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악, 한국민속대백과)
주악의 소로는 팥고물, 볶은 깨에 꿀과 계핏가루를 섞은 것, 삶은 밤을 으깨어 꿀과 계핏가루를 섞은 것, 대추를 쪄서 으깨어 꿀과 계핏가루를 섞은 것처럼 달콤한 재료를 주로 사용하였다고 하네요. 어떻게 보면 오늘날의 꿀떡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지금까지 알아본 주악의 특징만 가지고는 우리가 아는 개성주악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잘 알기가 어렵습니다. 동글동글한 개성주악의 흔적은 과연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우메기? 개성주악? 뭐가 맞을까?
우리가 아는 개성주악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개성 지방의 향토 음식인 ‘우메기’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성지방 향토음식의 하나이다. 우메기는 햅쌀이 나올 때 특히 많이 만들어 먹는 개성 특유의 떡으로서 2∼3일 정도는 쉬 굳지 않는 장점이 있다. -우메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우메기는 찹쌀가루와 멥쌀가루, 혹은 밀가루를 섞어 막걸리를 이용해 발효시킨 다음 도넛 모양으로 빚어 기름에 지진 후 조청에 재워 먹는 떡입니다. 우묵한 가운데 모양 때문에 우무기로 부르다 시간이 지나며 우메기로 바뀌어 불렸다고 해요. 잠깐, 우리가 아는 개성주악과 같지 않나요?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서는 개성주악과 우메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개성주악은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섞어 막걸리로 되직하게 반죽한 다음 둥글넓적하게 빚어서 기름에 지진 떡이다. 개성에서는 이 주악을 약과, 모약과 우메기 등과 함께 폐백음식이나 이바지음식으로 쓴다. 개성의 향토음식인 우메기떡 또한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섞어 막걸리를 넣고 반죽한 다음 동글납작하게 빚어 기름에 지져서 집청꿀로 옷을 입힌 떡으로, 주악과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주악,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위 설명에서는 개성주악과 우메기를 다른 음식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개성주악의 설명에는 집청꿀을 묻힌다는 설명이 없다는 점이죠.
사실 개성주악과 우메기는 크게 다른 음식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요리 과정과 요리의 특징, 개성 음식이라는 것까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죠. 둘 다 명절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으로도, 폐백과 이바지 음식으로도 사용되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주악의 요리 과정에서 소를 뺀 것이 우메기이기 때문에 개성지방 외의 사람들이 이를 개성의 특산 주악이라 하여 개성주악이라고 부른 것이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내려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위 영상은 2015년 추석, YTN에서 방영한 북한의 명절에 관한 특집 영상인데요, 당시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의 원장이었던 이애란 선생이 북한의 명절에 관해 이야기해줍니다. 우메기와 주악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애란 원장은 우메기가 맞고, 주악은 잘못 전해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개성주악 레시피
복잡한 이야기가 너무 길었나요? 주악과 개성주악, 그리고 우메기에 대해서까지 알아보았으니 이제 직접 만들어 볼 차례입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개성주악은 한 알에 약 2500원 정도로 가격대가 매우 높게 책정되어 있는데, 직접 만들어 먹으면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답니다.
개성주악을 더 맛있게 먹는 법
개성주악 만들기, 어렵긴 하지만 할 만 하지 않나요? 열심히 만든 개성주악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다양한 토핑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답니다.
1. 크림치즈 개성주악
- 시중에 파는 크림치즈를 말랑해질 때까지 녹여 개성주악 위에 올려 먹으면 상큼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2. 개성주악 마카롱
- 개성주악을 반으로 가른 뒤 크림을 발라서 마카롱처럼 먹어보세요. 훨씬 다채롭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취향에 따라 생크림, 말차 크림, 초코 크림, 커피 크림 등 다양한 크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나가며
지금까지 개성주악에 대한 이야기와 개성주악의 레시피, 그리고 개성주악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최근 SNS 등을 통해 약과나 개성주악과 같은 전통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더 많은 전통 음식이 트렌드가 되어 옛것이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더 다양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